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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에 해당되는 글 3건
2008/09/28 14:34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모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코넬에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James Maas 교수를 떠올렸다.
그래서 오랜만에 이메일로 연락을 했더니
그는 코넬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답게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촬영을 할 경우 흔쾌히 수락하겠다고 답장을 보내줬다.

"Of course I'd be honored!"


Maas 교수와의 인연은
2년전, 어느 가을날 시작되었다.

이날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가르치는 1300명의 학생 중 한명일 뿐이었고
워낙 클래스 규모가 크다보니 교수님 얼굴도 제대로 한번 본 적 없었다.

그 가을 날 저녁에 썼던 글이다.





2006. 11. 28

아침부터 많이 피곤했던지라

첫 수업인 심리학 시간이 참 힘겨웠다.

그러잖아도 머리 아픈데 어둠 속에서 비춰지는

슬라이드의 환한 불빛때문에 더욱 어지러웠고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 때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들이

화면에 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만났던 그 장소들...

 

그 모든 추억들이 살아나면서

나는 잠시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어지러움도 잊은 채

스크린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Maas 교수는

내게 너무나도 값진 선물을 주었다.

 

Don McLean의 Vincent...

남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외롭게 달리던 나를 달래주던 그 노래...

 

5분가까이 고흐의 그림들과

이 노래를 감상하며 수업을 마쳤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엔딩이었다.

 

13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나는 Maas 교수에게 다가갔다.

 

"난 고흐를 참 좋아했지요.

 오늘 수업에 나왔던 그 그림들의 배경을 모두 찾아다니며

 같은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했답니다.

 빈센트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지요"

 

내 말을 듣고 놀라워하는 그에게

너무나도 멋진 수업을 선사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악수를 했다.

 

Baily Hall을 나오자 날씨도 따뜻하고 맑아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도 행복했다.

 

참 달콤한 하루였다.

바쁘기도 했지만... 초콜렛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하루...

가게에서 사온 초콜렛을 입에 넣은 채 드라이브했다.

기분이다 싶어서 돌아가는 길에 동양식품점에 들러

공부하고 있는 친구녀석 간식거리 좀 사갔더니

얼마 되지도 않는 과자가지고 감동받았다고 난리다.

아마도 초코파이 때문인 것 같다.

 

이타카가 따뜻하다.

올겨울은 눈보라가 치더라도 따뜻할 것 같다.















2006년 11월 29일 Psych 101 강의 중...

 

This class is full of incredible people. 

I mean you just continue to amaze me at what you do,

how you think, your backgrounds, et cetera. 

 

And after we talked about Van Gogh the other day

and showed some art work,

a gentleman came up, a student in the class and said,

prof, I spent last summer going around southern France

photographing what Van Gogh had painted and bless his heart.

He sent me some JPEG's in an email of what he did.

For example, that's the Van Gogh painting over there. 

Let me identify who this is. 

 

This is Hasang Cheon, and what he did is

he knew Van Gogh painted the courtyard at St. Remy

and then he photographed it from the same vantage point. 

And he did the same thing I talked about the iron bars

and the gates, and he did the very same thing over here.

So, HASANG, thank you so much.
And that will become part of psych 101

in the Van Gogh lecture next year. 

 

Appreciate it.

 

 

지난 수요일 수업 중,

Power Sleep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Maas 교수가

내가 찍은 사진들을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매년 수강하는 학생만 무려 1300명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업에서 나의 사진들이 사용되게 되었다.

 

수많은 영상과 이미지 중 달랑 몇장에 불과할 뿐이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라 내게는 참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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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삼촌(but미시간) | 2008/10/07 13: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awesome!! 잘지내지 궁금하네...그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지금은 칼라마주, 미시간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에서 공부하면서 지내고 있지...암튼 잘 지내는 것 같네...종종 들리도록 하겠음)
sunflowereyes | 2008/10/07 15:01 | PERMALINK | EDIT/DEL
와~! 칼라마주에 계시군요!!
전공이 도시계획이다보니까
예전에 칼라마주의 차량이 통제된
Street Mall 에 대해서 Case Study 한 적 있었는데 ㅋㅋㅋ
이제 미시간 삼촌으로 바꾸셔야될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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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4 14:43


운명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가보다...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어딘가로 가야한다고 느껴질 때...

내게 산티아고의 길이 그랬다.
꼭 걸어야 하는 곳...
하지만 왜냐고 물으면 
내 자신조차 정확히 답할 수 없는...


지난 2007년 내 인생의 테마는
The Impossible Dream,
즉 <불가능한 꿈>이었다.

이 모든 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로 시작되었고
체게바라의 흔적이 덧씌워져있었는데,
나는 이 테마를 마무리 지을 때가 왔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티아고로 떠났다.





1일: 삶의 균형
나는 지나치게 독립적이려고 하던지
지나치게 사람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첫 날 걸으면서 깨달은 건,
독립성과 사회성을
균형잡아야된다는 것이었다.

너무 독립적으로 살려고 해서 사회와 멀어진다거나
너무 사회에 의존하려고 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두 가지 면의 장점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단점을 줄여가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나는 행복을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행복이 내 자신에게 달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얼마나 관계가 좋으냐에 의존하다시피 했으니
안정적일 리가 없었다.

이 날은 길을 걸으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맛있는 음식,
특히 시원한 김치와 함께 먹는 삼겹살...
시원한 맥주 한 잔,
그리고 달콤한 크로아상.

여행, 사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
축구, 컴퓨터, 그리고 행복한 상상...

다양한 사람 만나기,
그리고 새로운 친구 사귀기...

누구 한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이 모든 게 균형잡힌, 
그런 행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일: 사죄의 길
미안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가 사회적이 경험이 적고 너무 미성숙하다보니
사람들에게 상처도 많이 주고 
불편하게 만든 적이 적지 않았다.

이 날은 걷다보니,
사죄를 위한 길이 되었다.
발이 너무 고통스럽고 아팠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미안해하던 사람들을 생각났다.
뭔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기뻤다.

몸은 그렇게 괴로운 길을 가면서
하쿠나 마타타, 다 잘 될거야, 하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한다는 걸 느꼈다.

왜냐면, 
아무도 고통스럽게 살라고 한 적 없었으니까...
어느 종교나 철학도 인간에게 고통을 강요한 적이 없다.
사죄는 하되, 그저 행복하길 바랄 뿐...





4일: 행복한 미래의 길
전날의 고통스러운 길이 끝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먼 훗날,
아이들에게 써줄 동화와 소설 스토리를 구상했고
먼 미래에 할아버지가 되어서
손주와 함께 이 길을 다시 걸을 상상도 했다.

이 날부터 <마지막 승부>를 내 테마송으로 정했다.
내 인생에 가장 어울리는 가사랄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느낌이
먼 길을 걷고 있는 내게 꽤 잘어울렸다.

이 날 걸으면서 중요한 걸 하나 배웠다.

"발이 아프다고 피해서 아프지 않는 쪽으로 걸으면 더 다칠 수 있다. 
차라리 정면돌파하여 똑바로 걷는 것이 더 좋다.
처음에는 아플까봐 겁이 나지만 
실제로 그렇게 걸으면 아픔이 사라진다."





5일: 독립 - 더 넓은 세상으로
굳이 장애인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도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싶었다.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데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사회로 나가서
사람들과 경쟁할 자신이 없어서
졸업하면 대학원을 간다거나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날 길을 걸으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졸업 후,
내 스스로 일어나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에서
최고의 반전을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갖췄고
남보다 뛰어난 면도 많다.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 때문에
굳이 미래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고, 혹은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미래를 가늠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 날 노트에는 사랑하는 만큼 자유케 하라는 글을 남겼다.
하루 아침에 이룰 수는 없지만 그렇게 노력하고 싶었다.





6일: 눈물로 걷는 길
길을 걸으면서 펑펑 울었다.
누가 보지도 않는 길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상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든 슬픔이 밀려오면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나의 과거를 멀리까지 돌아보던, 
그런 길이었다.

"모든 사람들을 마치 노인을 대하듯 존경으로 대하고
갓난 아기를 대하듯 부드럽게 대하자"





7일: 사랑으로 걷는 길 (아가페)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 중,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길이었다.
매일 50Km 씩 걸었더니 오른 발목에 심하게 무리가 갔다.

어쩌면 내 인생이나 산티아고의 길이나,
처음부터 힘겨웠던 페이스였다.

그 고통을 모두 냉정하게 맞서기보다는
사랑으로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꿈꾸며 걷는 길...





8일: 길 위에 답이 있었다.
마침내 산티아고에 입성하여
아래와 같은 노트를 남겼다.


"6개월만에 끝났다.
4월부터 시작된 이 여행...
슬슬 눈이 녹아내리고 
따뜻한 바람이 이타카에 불어오기 시작하던...
그 때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힘겨웠던가...
꿈을 향해 달린다는 것...
하지만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언제까지나 행복한 시간으로서 기억되길...

기나긴 여행은 모두 끝났다.
난 다음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았다.
길 위에 답이 있었다.
이제 새로운 삶만 남았다."



에필로그
1년이 지난 지금,
산티아고의 길을 걷던 때를 되돌아보면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느낄 수 있다.

만약 내가 <연금술사> 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iPod 에는 <The Impossible Dream> 이라는 각인이 있지도 않았겠고,
1000Km 를 달린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명함에서 Your Dream is Infinite 이라는 문구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내 명함조차 존재하지 않았겠지.


이제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혼자 여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야 한다면 그게 운명이겠고,
혹은 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하게 될 지도 모른다.

어떻게 되건 분명한 것은 가야한다는 것...
산티아고에 가던 때나 마찬가지로,
나도 떠나야하는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또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내 인생에 산티아고 못지 않게 의미있는 시간이 될거라는 것...
정상에 오르게 되건, 혹은 중도에 포기하건,
나는 다음 인연, 다음 삶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관문을 지나게 될 것이다.


킬리만자로 이후에 만나게 될 나...
더 나은 모습의 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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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 2008/09/30 01: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앗 저랑 비슷한 때 산티아고에 가셨군요! 저도 작년 이맘때 걸었는데. 가을이 되니까 생각나네요. :)
sunflowereyes | 2008/10/03 14:40 | PERMALINK | EDIT/DEL
전 10월 초에 걸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가셨나봐요.
소예 | 2008/10/28 12: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저 사진들 보니까 눈물날거같애... ㅋㅋㅠㅠ 또 가고싶다..
sunflowereyes | 2008/10/28 15:27 | PERMALINK | EDIT/DEL
넌 나보다 훨씬 멋진 일을 해냈잖아~! ㅋ
나도 800Km 는 상상도 못할 것 같아ㅋㅋㅋ
소예 | 2008/10/29 04: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에이ㅋㅋ
근데 진짜 오빠처럼 멋있게 살고싶어 ㅋㅋ
sunflowereyes | 2008/10/29 05:26 | PERMALINK | EDIT/DEL
나 계속 실수하고 그런거 보면 아직 한참 멀었다..ㅡ.ㅡ
그나저나 네 카미노 사진 꼭 봐야되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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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1 13:43







두 송이의 해바라기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을 알게된 것은

지난 가을 산티아고의 길을 걷고 있던 때였다.


헤어지기를 아쉬워한 해바라기 꽃이

영원히 함께있기 위해 눈에 들어왔다는 스토리...


동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내가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저 내게는 현실만 같았다.



생전에 생각도 못해본 전공으로 코넬에 오게된 일...

이스터섬에서 하루에 70Km 씩 달리던 날들...

바람과 별에 운명을 걸어보던 시간들...

산티아고의 길을 걷던 나날들...

동전 몇 개에 인생 전부를 걸어보던 순간...

그리고 최근에 킬리만자로에 오를 운명을 느끼게 되기까지...


그 때 해바라기 꽃이 피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스쳐가는 인연, 

혹은 더 긴 시간을 머물어가는 인연에서

나는 다음 인연에 대한 힌트를 찾고,

그렇게 여행은 계속된다.


스쳐가거나 오래 머물거나

내가 좋아하는 그들의 멋진 모습들은 

마치 퀼트처럼 나의 부분부분을 짜맞춰지고,

다시 보지 않을 운명이라도 내게는 흔적이 남겨진다.



이 스토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고

어디에서 끝나게 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그 때 해바라기 꽃이 피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여정이었다.


모든 이야기는 작은 해바라기 밭에서 시작되었다.










2005. 2. 21


작년 11월 유럽에서 돌아온 이후로

봄되면 집 마당이나 가꿔서 사진이나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 때부터 여러가지 계획을 해봤는데

무슨 꽃을 심을 지 결정하는 데 좀 망설여지곤 했다.

 

예전에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에델바이스 씨앗을 구할 수 있나 알아보고 다닌 적이 있다.

당시 꽃집 주인들은 모두 미소로 대답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가 사운드오브뮤직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꽃을 심지는 못하더라도 씨만이라도 구하고 싶었는데

결국 포기하고 돌아왔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에델바이스에 대해서 알아보았더니

고산지대에서만 핀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재배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다가 한동안 수선화나 나팔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해바라기에도 은근히 관심갖기 시작했다.

 

오늘 대충 계획을 구체화해보고 조금 공부도 해봤는데

해바라기가 은근히 종류가 많다.

단순히 크기로 말하면 40cm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종류와

1.5m 정도는 정도 자라는 품종이 있는데

지금 둘 중 어느쪽이 괜찮을지 고민하고 있다.








2005. 4. 11


비가 내렸던 토요일에 양재 꽃시장에 가서 해바라기 씨를 구했고

잠깐 비가 그쳤을 때 해바라기를 심을 땅을 고르는 작업을 했는데

갑자기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해서 오늘 하기로 미뤘었다.

 

오전 11시쯤부터 땅을 한번씩 파헤치면서 돌을 골라낸 다음 비료를 섞어주었는데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걸렸다.

 

햇빛이 많지 않고 토질이 그다지 좋지가 않은데다가

개들이 밟을 가능성이 높아 조건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발아율이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어서

씨는 보통보다 많이 심었다.

 

같은 곳에 하나 이상의 싹이 틀 경우

그대로 옮겨주어야 되는 등 한동안 손이 많이 갈 것 같다.

 

 

마지막으로 꽃시장에 가서 자연 울타리로 쓸 식물을 사서 해바라기 밭 주변에 심었다.

그렇게 해바라기 밭이 완성되었다.

오늘 하루 전부 여기에 투자한 것 같다.

 

 

해바라기 밭 이름은 <해바라기 영토> 라고 부를 게 될 듯 하다.

(다른 괜찮은 이름이 또 있으려나...)

 

앞으로 사진도 많이 남기면서 열심히 길러봐야겠다.

 

 

PS.

구글이가 들어가지 않도록 교육 시키려고 했다가 포기했다.

내말은 절대 안 듣는다.

아, 물론 간식을 손에 들고 있는 동안만은 말 잘 듣는다.








2005. 4. 17


오늘 예비용으로 심은 해바라기 화분을 살펴보다가 처음으로 싹을 발견했다.

정확히 심은 지 1주일 만이다.

혹시나 싶어서 해바라기 영토도 자세히 살펴봤더니

벌써 여기저기에 싹이 보이는 것이었다.

 

매일 떨어지는 목련잎을 치워주면서 싹이 안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흙 위로 살짝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싹들을 보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늘도 해바라기 영토에 떨어진 목련 잎을 손으로 치워줬는데

그러면서 낙엽 밑에 숨어있던 싹들도 발견 되었다.

 

 

#1      예비 화분의 싹

#2~4  해바라기 영토




#1






#2






#3






#4




예상대로 한군데에 여러 싹이 나기도 했기 때문에
한 4,5cm정도 자라면 옮겨줄 생각이다.
 
아무튼 생명의 신비가 느껴지는 날이었다.
앞으로도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2005. 4. 22

벌써 첫 싹이 튼지 5일째다.

생각보다 싹이 많이 텄기 때문에 이제 조금 더 자라면

일정한 땅에 싹을 하나씩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해바라기영토 밖으로 옮겨 심어줘야 된다.

영토 확장이라고 할까나...?

 

해바라기에게 최적인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걱정했는데

목련 꽃잎은 이제 다 떨어져서 더이상 위협이 되지 않고

구글이도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해바라기영토는 피해서 다닌다.

 

 

#1~3  해바라기영토

#4     예비 화분의 싹



#1






#2






#3






#4









2005. 5. 18


어제 밤부터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에 나가보니까 해바라기가 거의 모두 쓰러져있었다.

 

이렇게 약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자세히 보니까 일부는 줄기가 갈라지기도 했다.

 

처음 이 광경을 보았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일단 나무막대로 버팀대를 만들어 실로 고정하기로 했는데

이 작업하는게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2시간도 더 걸린 것 같다.

 

앞으로 햇빛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태양을 가리고 있는 목련 가지를 조금 쳐주었다.

 

일단 수습은 했지만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며칠 전...

 

#1






#2






#3

 




오늘 아침


#4






#5






#6






#7











 

2005. 6. 22 - 해바라기 영토 50일 - 흔들리는 일은 있어도 다시 쓰러지지는 않는다.



처음 해바라기를 심을 생각을 했던 때는 2월 중순 즈음이었다.

한동안 구체적으로 해바라기에 대해 알아보던 나는

2월 21일이 되어서 처음으로 해바라기에 대한 포스트를 썼고

그 때쯤부터 이 일은 단순히 특정한 식물을 심는 일이기보다는

내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이 되고 있었다.

 


봄이 왔다.

원래 식목일에 씨를 심을 생각이었지만

그날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4월 10일에 파종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다.

 

이 땅에서 해바라기가 과연 자랄 수 있을까...?

빛이 너무 적고 토질이 썩 좋은 편이 아닌데 싹이 제대로 틀 수나 있을까...?

 


그야말로 기우였다.

 

1주일 후,

그 황폐해 보이던 땅에 싹이 하나 둘씩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고

오히려 싹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어버렸다.

 

땅을 덮어버리는 목련 꽃잎이 잠깐동안 위협적이긴 했지만

매일마다 치워주었더니 별로 큰 문제도 아니었다.

 

또 구글이와 소백이가 해바라기 밭에 들어가지 못하게 울타리를 만들었고

해바라기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었다.

 

 

그러다가 위기가 왔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았더니 해바라기가 모두 쓰러져있는 것이었다.


전날 밤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이 심상치 않았는데

바람에 약한 해바라기가 모두 힘없이 중심을 잃어버렸고

일부는 줄기가 갈라지고 뿌리가 뽑히기도 한 것이다.

 

 

그 날 아침 얼마나 막막했던지 지금도 생생하다.

 

겨우 이만큼 자랐는데 여기서 다 끝나는 건가...?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서있다가

일단 억지로라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무가지로 버팀대를 만들어 모든 해바라기를 실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다고 괜찮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방법도 없었다.

이 작업하는데 꽤 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그렇게 며칠동안 고정시켜주었더니

해바라기는 다시 하늘을 향해 자라기 시작했고

이젠 괜찮겠다 싶을 때부터 실을 풀어주게 되었다.

 

그리고 해바라기는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라서

어느 새 내 가슴높이만큼 자라 있었다.

 

 

어제도 비가 내렸다.

그날 아침부터 부는 강한 비바람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혹시 또 쓰러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바람이 조금 강해졌다 싶을 즈음,

해바라기가 괜찮을까 걱정되어서 밖에 나가 보았다.

 

해바라기는 모두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 때문에 가끔은 거의 쓰러질 정도였다.

 

 

비가 그치면 또 세워줘야되나, 하면서 계속 지켜보았다.

 

그런데...

거의 쓰러질 것 같던 해바라기가 바람이 잠깐 그치면

오뚜기처럼 다시 우뚝 서는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저녁에 밖에 나갔다가 밤에 돌아와보니까

해바라기는 아무일 없었던 듯 서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장마철이 되면

이보다 훨씬 강한 바람이 불겠고 태풍도 오겠지만

이제 별로 걱정이 들지 않는다.

 

 

이제는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일은 있어도

다시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의 해바라기>

 












































































2005. 6. 13


4월 10일 파종 이후 벌써 2개월이 지났다.

 

처음에 막 싹이 났을 때,

옷에 흙이 묻는 걸 알면서도 엎드려서 사진 찍던 것이 마치 엊그제 같은데

언젠가부터 내 키에 가까워지더니 이젠 약 190cm 정도 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처음으로 해바라기 야간 사진을 찍어보았다.

 

낮에는 잎을 활짝 펴고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지만

해가 없는 밤에는 그래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에

다들 잎을 내리고 잠을 잔다.

 

처음엔 시들어서 그런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니까 다시 활짝 잎을 펴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밤에 나와서

잎을 내린 해바라기 사진이나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처음 씨를 심을 때부터,

해바라기 꽃이 피는 날을 너무나도 기다려왔다.

 

한 때는 해바라기가 피는 것을 보고 가기 위해

미국행을 9월로 늦출까 생각도 했었지만,

출국 일정이 이달 말로 확정되면서

해바라기 꽃은 보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내가 의미를 가지고 키운 해바라기가 잘 자라줘서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출처] 해바라기 2개월째|작성자 하상




<잠자는 해바라기>




[출처] 해바라기 2개월째|작성자 하상




 





2005. 6. 25 - 해바라기 꽃이 피다.


오늘 아침에 노란 해바라기 꽃이 피었다.
출국이 앞당겨져서 꽃을 보지 못하고 갈 줄 알았는데
오늘 해바라기가 노란 꽃잎을 펼친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 기뻤다.
키는 가장 큰 해바라기가 약 250cm 정도 된다.
 
사진을 찍었던 아침에는 꽃의 일부만 피었는데
밤에 돌아오니까 아주 활짝 피어 있었다.
 
 
오늘 6월 25일은 내게 중요한 날이었다.
 
 
지난 3월 17일,
나는 금연금주를 시작하고 스스로 변하겠다고 다짐하고
새로운 모드를 유지하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정확히 100일이 지난 오늘 해바라기 꽃이 핀 것이다.
 
아무래도 우연에 불과한 타이밍일 수도 있지만
계속 모드를 유지하면서 더욱 발전하려고
노력해야된다는 의미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모드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출처] 해바라기 영토|성자 하상

[출처] 해바라기 재배 계획

며칠 전...

 

#1

 

|작성자 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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