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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에 해당되는 글 4건
2008/10/31 07:35

오늘 이메일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하상, 안녕? 잘지내니?
새로운 학교와 커뮤니티에서의 네 삶이 
오레건에 있을 때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구나.

마이코가 내게 페이스북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어.
그녀도 네게 인사 전해달라는구나

- 마지드"

세상에 마지드!!




그는 내가 오레건에 있던 시절,
Dusseau 교수님과 함께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멘토였다.

그 당시가 2005년 무렵...

그 때 나는 사회와 거의 격리되다시피 살다가 
세상으로 나온 지 몇개월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이기적인 건 말할 것도 없고 아예 배려라는 개념 자체도 없었다.

사람과 접촉하고 산 지 3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다른 사람 입장을 전혀 배려못하고 이기적인데
그 때 문제는 오죽 심했겠는가...
항상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다보니 하루하루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때마다 Magid 에게 고민을 털어놓곤 했었다.
그러면 그는 항상 현자와 같은 모습으로
내게 의미있는 조언을 해주곤 했다.
마치 <굿윌헌팅>의 숀 (로빈 윌리엄스)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역시 로빈 윌리엄스) 같은 존재였달까...

(아, 갑자기 두 영화가 너무 보고 싶다. 특히 굿윌헌팅!)

아래는 마지드와 식사하고 바로 다음날 썼던 글이다.



2006. 3. 5


어제는 오리건 대학 임시 부총장이자 Office of International Programs 의 디렉터인 Magid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의 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는 만약 자신이 나와 같은 상황에 직면해야 했더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더니

내게 베트남 승려의 이야기를 꺼내며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신문에 이렇게 적어주었다.

"Today is my life."

그러고는 내게 이렇게 애기하는 것이었다.

 

"너의 삶은 미래도 아니고 과거도 아니다. 바로 오늘이 네 삶이란다."

 

그 날, 처음으로 수업도 거의 빠져가면서 Magid와 대화를 했다.

예전부터 계속 여러가지로 조언해주던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도 문제가 쉽지는 않다는 걸 알고있는 모양이었다.

그 이후로 별 얘기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교실로 들어가는 마음이 가벼웠다.





마침 요즘,
마지드 같은 존재가 필요했는데
2년 반 만에 그가 연락했다.
항상 사람들에게 나를 "친구" 라고 소개하던 마지드...

요즘처럼 어려운 결정을 내린 순간,
그가 내게 해주었던 말들이 떠올라서
너무나도 큰 힘이 된다.


세상에 나온 이후로
내게는 고비마다 참 고마운 멘토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정신과 상담을 위해 만난 전문 카운셀러들은
내게 어떠한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
전혀 도움이 안되었을 뿐 아니라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다들 정신 분석은 할 줄 알지만
내가 정상적인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인생을 이끌어주는데에는 실패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드 같은 멘토들이 더욱 고맙다.

그가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나는 어제나 내일이 아닌,
내 인생, 즉 오늘을 살 것이다.

"Today is my life"

꿈 이야기|작성자 하상

ㄴㅇㅁ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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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4 03:49

2008. 10. 10 - London, UK

마지막으로 런던에 왔던 것이 지난 2003년이었으니
5년 만에 영국땅을 밟게된 셈이다.
유럽 여행기를 쓰던 때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사색에 잠기게 되었다.

그 사이에 난 얼마나 컸을까...





런던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비행기에서 신기한 꿈을 꿨다.

내가 가장 신뢰하던 친구까지 나를 배신했다.
그리고 나를 해치려는 사람들이 
칼로 나의 왼손을 잔인하게 찢기 시작했지만
내 친구는 그 사람들 편에 서서 무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꿈이었지만 마치 현실처럼 고통이 느껴졌는데
내가 신음을 하는데도 그는 방관하다가
이 모든 게 끝나자 나를 해친 사람과 떠나버렸다.

이 모든 폭력이 마무리 짓고 왼손은 계속 아팠지만
충격이 모두 사라지고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예수는 왼손이 아니라 온 몸에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용서했는데
손 하나 찢기는 고통 쯤이야 이겨낼 수 있지 않은가 하면서
꿈 속에서 내 자신은 참 편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그 현장에서 
내 손이 찢겨나가는 내내, 그리고 그들이 떠난 후에도
내 옆에서 울부짖는 여자 한 명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자기 탓이라고 소리지르면서...

마치 성화마다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처럼...




Nairobi, Kenya

아프리카의 첫인상이 특별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공항은 Liz 가 말한대로였다.

"its just an international airport like any other, just not as big.."

나를 마중 나온 여행사 직원이 입국장 한가운데에서 
내 이름이 적힌 카드를 들고 있었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모든 일이 편하게 진행되었다.

여행사 직원은 중년 여자분이었는데 딸과 함께 온 모양이었다.
직원 모녀가 타고온 도요타 Corolla 에 몸을 싣고 나이로비 시내로 향했는데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랬는지,
혹은 그저 생각이 없었떤 것인지
매연 말고는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호텔에 짐을 풀고서야 내가 어디에 왔는지 실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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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4 03:25

2008. 10. 9




버스가 출발하고 창 밖에 보이던 지호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음이 아파왔다.
오죽하면 작년 산티아고의 길을 향해 출발할 때
이런 글까지 남겼을까...

"내가 간절히 바라는건,
부디 이 여행이 내 인생에서 혼자하는 마지막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외로운 여행을 통한 성장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 2007. 10. 4 목요일"

촉촉히 젖어가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모든게 당신의 뜻이라면,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버스는 오후 3시경 뉴욕 Port Authority 터미널에 도착했다.
짐을 챙겨들고 은아누나를 만나기로 한 Au Bon Pain에 가서 
크로아상과 하얀 크림이 들어간 빵, 그리고 커피한잔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여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챙겨온 지라 문제될 리 없었다.
다만 휴대전화 없이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살짝 걱정되긴 했다.
이 건물 안에 같은 이름의 빵집이 두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또 이렇게 클래식하게 만날 일이 있겠는가...
"세시 반에 사과나무 앞에서 만나요" 이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나름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신선했다.

헤이즐넛 커피한잔과 함께 프랭크 화이트포드의 <에곤 실레>를 읽으면서
나는 에곤쉴레와의 만남이 킬리만자로와 함께 중요한 표시라는 걸 점점 믿게 되었다.
그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아가면서 내 자신에게 새로운 각도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가진 이중성을 더욱 깊게 파악하며 
내가 경험한 다양한 일들에 대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에곤쉴레를 통한 새로운 발견에 놀라워하고 있는 사이에 반가운 사람이 도착했다.
정말 만났구나...
우리는 그러고보니까 1년에 한, 두번씩,
거의 목이 쉴 정도로 오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게 어느 덧 4년째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내가 사회로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나를 지켜봐왔던 것이다.
이번 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보고하자
그녀는 마치 내가 조용히 지냈을 리 없었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가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 한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부터 
내게 대인관계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주었을 뿐 아니라 
연애 코치 중 한명이기도 했다.

그녀와의 대화는 항상 그랬듯 유쾌했다.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빨리 가버려서 급히 공항가는 택시에 올라야 했지만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참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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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3 14:39
문득 깨달았다.
코넬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2009년 5월 24일에 졸업할 예정이고
오늘이 10월 3일이니
정확히 233일 남은 셈이다.

내가 무엇보다 좋아했던 학교인 만큼,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

방학 다 빼고나면 200일도 남지 않은 코넬 생활에서
꼭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실천해봐야겠다.

그 하나하나를,
마치 게임을 하듯 즐길 생각이다.

언젠가 되돌아보았을 때,
이 곳에서 참 행복했다는 걸 추억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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