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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에 해당되는 글 2건
2008/11/29 16:53
수요일 저녁 6시경,
은지와 얘기하다가 갑자기 하버드나 놀러갔다올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금 놀러갈까, 하고 말을 꺼냈지만,
정말 갈 생각이 있었다기보단, 
어쩐지 농담으로 끝나더라고 그렇게 말을 해야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달까...

에이, 설마 정말 가기나 하겠어?
자동차로 6시간이나 걸리는 곳인데...
게다가 은지는 다음날 뉴욕에 갈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막상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친구는 없을 지도 모르는...

그래도 한번 생각해본 일이니까,
규영이에게, 역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지금 MIT 가지 않을래?"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잠시 생각하던 규영이가 대답했다.

"형, 8시간 걸려서 거기까지 가기보다, 차라리 형이랑 8시간 얘기하는건 어떤지..."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안가면 안가는거지, 8시간 무슨 얘길 하려나...
그냥 이타카에서 혼자 쉬어야겠다, 하고 단념하려는데 정확히 2분 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

"형 아직 MIT 가는거 유효한가요?"

출발했다.


은지와 둠밈이에게 간다는 얘기는 해두었지만,
막상 캠브리지에 도착하더라도 잠잘 곳이 있다거나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마침 자정까지 숙제를 제출해야했던 규영이는
차에서 마무리해야해서 조금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하쿠나 마타타...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 같았다.

결국 하버드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다음날엔 둠밈이와 약속을 잡게 되었는데
둠밈이는 원래 공부 때문에 바쁜 모양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정오쯤 되었을까...
기숙사에 돌아가자 은지는 친구 근영님과 뉴욕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딱히 갈 곳이 있었던 곳도 아니라서 MIT에 함께 들렀다가 뉴욕에 가게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MIT에 가고 싶어했던 규영이는
MIT의 건물의 웅장한 돔이 보이는 순간부터 흥분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차를 세우고 학교에 들어서자 규영이의 눈빛이 변하고 있었다.
데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MIT에서 약 30분간 캠퍼스를 둘러보고 뉴욕으로 향했다.
세명 모두 피곤했던지 뉴욕까지 가는 내내 자고 있었다.
막상 뉴욕이 가까워지자 이대로 이타카까지 운전하기엔 
피로 누적 때문에 위험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고
딱히 갈 곳도, 머물 곳도 없었다.

그 때 누군가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Hasangahh Happy holiday^-^ everything going well with you? - 은아"

이 사람이 천사구나 싶었다.
은아누나였다.
완벽한 타이밍에 이 메시지를 받은 게 마치 기적같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질러버렸다.

안그래도 내가 뉴욕 떠나기 전에 한번 만났으면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타임스퀘어에 은지와 근영님을 내려드리고 
퀸즈의 은아누나집으로 향했다.

24시간 동안 3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12시간 넘게 운전했던지라
슬슬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었고 하마터라면 위험할뻔하기도 했지만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꼭 내 집처럼 편안했던 방에 앉아 몸을 침대 한편에 기대고 있자니
모든 게 감사하면서 너무 행복한 것이었다.

자정넘어 캠브리지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Thanksgiving 새벽부터
갑자기 도착한 우리를 은지가 너무 잘 대해주었고
바쁜 와중에도 몇시간이나 할애해서 조언을 해준 둠밈이도 너무 고마웠다.
처음 뵈었던 은지 친구 근영님도 "어나라인" 답게 정말 좋은 분 같아서 반가웠고
뉴욕에서, 역시 갑작스럽게 만난 은아누나는 약속까지 취소해가면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Thanksgiving 이라는 Theme 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하루였달까...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맨손으로 떠난 여행에서 너무나도 많은 걸 받아서
내가 얼마나 복 받았는지 깨달았던 여행이었다.
감사가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것 같았다.

규영이는 이 여행을 "겸손" 이라는 단어로 표현했고, 
내게 이 여행은 "감사" 라는 단어로 남게 되었다.

2008년 11월 28일
생애 최고의 Thanksgiving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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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연 | 2008/12/01 19: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날 밤에 가방 하나 들고 나오는거 보고
아 어디 가는구나 생각했는데 ㅋㅋ 역시나..
sunflowereyes | 2008/12/01 21:40 | PERMALINK | EDIT/DEL
생각해보니 거의 빈 가방이었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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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5 14:25

지난 2006년 코넬에 합격한 이래,
이 학교가 왜 날 선택했는지 의문이었다.

나는 SAT나 GPA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게다가 원서 쓰던 당시,
잡지 디렉터로 일하느랴, 수업 진도 따라가느랴
바빠서 하루 만에 유펜, 스탠포드, 코넬 원서를 모두 써야했기 때문에
Revise는 커녕 내가 쓴 에세이를 읽어볼 시간도 없이 제출해야 했었다.
합격 후에 내가 쓴 원서를 보니 문법이나 철자가 엉망이었다.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기 위해 Prof. Booth 와 만난 자리에서,
왜 다른 뛰어난 학생들 대신 나를 선택했는지 물어보았다.

"I remember your application. It was clear you were motivated! 
It was clear you would probably make the most of this, and I think you have. 
I think that is probably why it happened! I think we were right."

또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 교수님이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시게 될 지 여쭤보았는데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거나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I don’t think you have to do anything. Our choice was right, I think. 
As I said, the real benefit of a good college education is we motivate a student to go on educating themselves when they leave. You don’t know the answer until years from now, but my guess is you have that motivation."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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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은지 | 2008/11/05 15: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sorry I missed the conversation on msn - I was talking to my mom :)
코넬에서의 3년 반을 보내고, 그리고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나는 시점에서,
3년전 오빠를 뽑은 사람한테 다시 찾아가봤다는건 참 좋은 일인것 같아. 나야 붙자마자 찾아갔었지만,
나도 4년뒤엔 다시 한번 찾아가서 저런 얘기 듣고 싶다. :)

그게 설령 운이였더라도, 코넬에서 오빠에게 본 '무언가'를 조금은 알것 같아.
어떻게 define 하는지는 모르겠고, 또 3년반 전의 오빠와 내가 최근에 알게된 오빠는 다르겠지만_.
'내가 잘하고 있지, 잘해왔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끔은 고개를 갸우뚱 할때가 있잖아. 그럴때 제 3자에게서 듣는 '나' 에 대한 이야기들은 참 refreshing 한듯.. !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는 방향이 어딨겠냐만은,
그래도 내가 아는 오빠는 참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옆에서 그래서 항상 배우고.!
요즘 시험기간이라서 (하긴 뭐 여긴 학기 내내 시험기간 인듯한 기분이 들지만..)
킬로만자로 얘기도 듣고 싶고 한데 여유가 없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서 아쉽지만ㅠㅠ
쨋든 아까 얘기듣고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여기 끄적임 :)
sunflowereyes | 2008/11/07 11:43 | PERMALINK | EDIT/DEL
킬리만자로 얘기는 여행기 쓸테니까 곧 읽어보면 되겠고 ㅋ
다른 얘기는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풀 날이 오겠지 ㅎㅎ
강화은지 | 2008/11/08 07: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nice talking to you yester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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