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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2 22:49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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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동안,
정말 세상을 떠돌기만 했구나.
느낀 점, 배운 점...
아무거나 기억나는대로
메모를 해야겠다.
힘들었던 일, 즐거웠던 일...
어떤 추억이라도
떠오르는대로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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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4 03:49
[여행이야기]
2008. 10. 10 - London, UK
마지막으로 런던에 왔던 것이 지난 2003년이었으니
5년 만에 영국땅을 밟게된 셈이다.
유럽 여행기를 쓰던 때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사색에 잠기게 되었다.
그 사이에 난 얼마나 컸을까...
런던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비행기에서 신기한 꿈을 꿨다.
내가 가장 신뢰하던 친구까지 나를 배신했다.
그리고 나를 해치려는 사람들이
칼로 나의 왼손을 잔인하게 찢기 시작했지만
내 친구는 그 사람들 편에 서서 무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꿈이었지만 마치 현실처럼 고통이 느껴졌는데
내가 신음을 하는데도 그는 방관하다가
이 모든 게 끝나자 나를 해친 사람과 떠나버렸다.
이 모든 폭력이 마무리 짓고 왼손은 계속 아팠지만
충격이 모두 사라지고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예수는 왼손이 아니라 온 몸에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용서했는데
손 하나 찢기는 고통 쯤이야 이겨낼 수 있지 않은가 하면서
꿈 속에서 내 자신은 참 편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재미있는 것은 그 현장에서
내 손이 찢겨나가는 내내, 그리고 그들이 떠난 후에도
내 옆에서 울부짖는 여자 한 명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자기 탓이라고 소리지르면서...
마치 성화마다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처럼...
Nairobi, Kenya
아프리카의 첫인상이 특별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공항은 Liz 가 말한대로였다.
"its just an international airport like any other, just not as big.."
나를 마중 나온 여행사 직원이 입국장 한가운데에서
내 이름이 적힌 카드를 들고 있었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모든 일이 편하게 진행되었다.
여행사 직원은 중년 여자분이었는데 딸과 함께 온 모양이었다.
직원 모녀가 타고온 도요타 Corolla 에 몸을 싣고 나이로비 시내로 향했는데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랬는지,
혹은 그저 생각이 없었떤 것인지
매연 말고는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호텔에 짐을 풀고서야 내가 어디에 왔는지 실감한 것 같다.
2008/10/24 03:25
[여행이야기]
버스가 출발하고 창 밖에 보이던 지호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음이 아파왔다.
오죽하면 작년 산티아고의 길을 향해 출발할 때
이런 글까지 남겼을까...
"내가 간절히 바라는건,
부디 이 여행이 내 인생에서 혼자하는 마지막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외로운 여행을 통한 성장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 2007. 10. 4 목요일"
촉촉히 젖어가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모든게 당신의 뜻이라면,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버스는 오후 3시경 뉴욕 Port Authority 터미널에 도착했다.
짐을 챙겨들고 은아누나를 만나기로 한 Au Bon Pain에 가서
크로아상과 하얀 크림이 들어간 빵, 그리고 커피한잔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여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챙겨온 지라 문제될 리 없었다.
다만 휴대전화 없이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살짝 걱정되긴 했다.
이 건물 안에 같은 이름의 빵집이 두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또 이렇게 클래식하게 만날 일이 있겠는가...
"세시 반에 사과나무 앞에서 만나요" 이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나름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신선했다.
헤이즐넛 커피한잔과 함께 프랭크 화이트포드의 <에곤 실레>를 읽으면서
나는 에곤쉴레와의 만남이 킬리만자로와 함께 중요한 표시라는 걸 점점 믿게 되었다.
그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아가면서 내 자신에게 새로운 각도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가진 이중성을 더욱 깊게 파악하며
내가 경험한 다양한 일들에 대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에곤쉴레를 통한 새로운 발견에 놀라워하고 있는 사이에 반가운 사람이 도착했다.
정말 만났구나...
우리는 그러고보니까 1년에 한, 두번씩,
거의 목이 쉴 정도로 오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게 어느 덧 4년째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내가 사회로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나를 지켜봐왔던 것이다.
이번 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보고하자
그녀는 마치 내가 조용히 지냈을 리 없었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가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 한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부터
내게 대인관계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주었을 뿐 아니라
연애 코치 중 한명이기도 했다.
그녀와의 대화는 항상 그랬듯 유쾌했다.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빨리 가버려서 급히 공항가는 택시에 올라야 했지만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참 편안했다.
2008/09/24 14:43
[여행이야기]
운명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가보다...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어딘가로 가야한다고 느껴질 때...
내게 산티아고의 길이 그랬다.
꼭 걸어야 하는 곳...
하지만 왜냐고 물으면
내 자신조차 정확히 답할 수 없는...
지난 2007년 내 인생의 테마는
The Impossible Dream,
즉 <불가능한 꿈>이었다.
이 모든 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로 시작되었고
체게바라의 흔적이 덧씌워져있었는데,
나는 이 테마를 마무리 지을 때가 왔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티아고로 떠났다.
1일: 삶의 균형
나는 지나치게 독립적이려고 하던지
지나치게 사람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첫 날 걸으면서 깨달은 건,
독립성과 사회성을
균형잡아야된다는 것이었다.
너무 독립적으로 살려고 해서 사회와 멀어진다거나
너무 사회에 의존하려고 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두 가지 면의 장점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단점을 줄여가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나는 행복을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행복이 내 자신에게 달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얼마나 관계가 좋으냐에 의존하다시피 했으니
안정적일 리가 없었다.
이 날은 길을 걸으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맛있는 음식,
특히 시원한 김치와 함께 먹는 삼겹살...
시원한 맥주 한 잔,
그리고 달콤한 크로아상.
여행, 사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
축구, 컴퓨터, 그리고 행복한 상상...
다양한 사람 만나기,
그리고 새로운 친구 사귀기...
누구 한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이 모든 게 균형잡힌,
그런 행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일: 사죄의 길
미안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가 사회적이 경험이 적고 너무 미성숙하다보니
사람들에게 상처도 많이 주고
불편하게 만든 적이 적지 않았다.
이 날은 걷다보니,
사죄를 위한 길이 되었다.
발이 너무 고통스럽고 아팠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미안해하던 사람들을 생각났다.
뭔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기뻤다.
몸은 그렇게 괴로운 길을 가면서
하쿠나 마타타, 다 잘 될거야, 하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야한다는 걸 느꼈다.
왜냐면,
아무도 고통스럽게 살라고 한 적 없었으니까...
어느 종교나 철학도 인간에게 고통을 강요한 적이 없다.
사죄는 하되, 그저 행복하길 바랄 뿐...
4일: 행복한 미래의 길
전날의 고통스러운 길이 끝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먼 훗날,
아이들에게 써줄 동화와 소설 스토리를 구상했고
먼 미래에 할아버지가 되어서
손주와 함께 이 길을 다시 걸을 상상도 했다.
이 날부터 <마지막 승부>를 내 테마송으로 정했다.
내 인생에 가장 어울리는 가사랄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느낌이
먼 길을 걷고 있는 내게 꽤 잘어울렸다.
이 날 걸으면서 중요한 걸 하나 배웠다.
"발이 아프다고 피해서 아프지 않는 쪽으로 걸으면 더 다칠 수 있다.
차라리 정면돌파하여 똑바로 걷는 것이 더 좋다.
처음에는 아플까봐 겁이 나지만
실제로 그렇게 걸으면 아픔이 사라진다."
5일: 독립 - 더 넓은 세상으로
굳이 장애인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도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싶었다.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데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사회로 나가서
사람들과 경쟁할 자신이 없어서
졸업하면 대학원을 간다거나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날 길을 걸으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졸업 후,
내 스스로 일어나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에서
최고의 반전을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갖췄고
남보다 뛰어난 면도 많다.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 때문에
굳이 미래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고, 혹은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미래를 가늠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 날 노트에는 사랑하는 만큼 자유케 하라는 글을 남겼다.
하루 아침에 이룰 수는 없지만 그렇게 노력하고 싶었다.
6일: 눈물로 걷는 길
길을 걸으면서 펑펑 울었다.
누가 보지도 않는 길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상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든 슬픔이 밀려오면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나의 과거를 멀리까지 돌아보던,
그런 길이었다.
"모든 사람들을 마치 노인을 대하듯 존경으로 대하고
갓난 아기를 대하듯 부드럽게 대하자"
7일: 사랑으로 걷는 길 (아가페)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 중,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길이었다.
매일 50Km 씩 걸었더니 오른 발목에 심하게 무리가 갔다.
어쩌면 내 인생이나 산티아고의 길이나,
처음부터 힘겨웠던 페이스였다.
그 고통을 모두 냉정하게 맞서기보다는
사랑으로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꿈꾸며 걷는 길...
8일: 길 위에 답이 있었다.
마침내 산티아고에 입성하여
아래와 같은 노트를 남겼다.
"6개월만에 끝났다.
4월부터 시작된 이 여행...
슬슬 눈이 녹아내리고
따뜻한 바람이 이타카에 불어오기 시작하던...
그 때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힘겨웠던가...
꿈을 향해 달린다는 것...
하지만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언제까지나 행복한 시간으로서 기억되길...
기나긴 여행은 모두 끝났다.
난 다음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았다.
길 위에 답이 있었다.
이제 새로운 삶만 남았다."
에필로그
1년이 지난 지금,
산티아고의 길을 걷던 때를 되돌아보면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느낄 수 있다.
만약 내가 <연금술사> 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iPod 에는 <The Impossible Dream> 이라는 각인이 있지도 않았겠고,
1000Km 를 달린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명함에서 Your Dream is Infinite 이라는 문구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내 명함조차 존재하지 않았겠지.
이제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혼자 여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야 한다면 그게 운명이겠고,
혹은 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하게 될 지도 모른다.
어떻게 되건 분명한 것은 가야한다는 것...
산티아고에 가던 때나 마찬가지로,
나도 떠나야하는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또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내 인생에 산티아고 못지 않게 의미있는 시간이 될거라는 것...
정상에 오르게 되건, 혹은 중도에 포기하건,
나는 다음 인연, 다음 삶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관문을 지나게 될 것이다.
킬리만자로 이후에 만나게 될 나...
더 나은 모습의 나를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