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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04:25




Urban and Regional Studies
내 전공의 정식 명칭이다.

직역하자면 도시지역학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부서 이름이 City and Regional Planning 이기 때문에
그냥 도시계획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도시계획이라 하면
도시공학이나 설계, 건축 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부연 설명을 붙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는 공학이 아니라 사회과학에 가깝다.

4년 동안 법, 경제, 재무, 사회, 교육, 정책, 보건,
행정, 교통, 환경, 디자인, 심지어 페미니즘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는 많은 내용을 배우지만
내가 보기엔 이 교육의 핵심은 리더쉽이었다.

리더쉽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거나 화려한 걸 떠올리기 쉽상이지만
우리가 배운 리더쉽은 그런 게 아니었다.

약자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을 섬기는 리더쉽,
그리고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로 URS 교육의 핵심이었다.

그러고보니 플래닝 교수님들은
자칫 아이비리그 학생이라는 자만심으로 우쭐해질 법한 학생들에게
입학할 때부터 자주 이런 말씀을 하곤 하셨다.

이 곳 코넬 같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건, 
전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특권이라네.

코넬이 여러분들을 받아준 건,
그렇게 특별한 기회를 얻은 만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쓰라는 것이지
각자 경제적인 욕심만 채우는 데에 쓰라는 게 아닐세.
 
사람들을 갈라놓는 장벽을 허물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는 일...

그게 우리가 특권의 대가로
평생 짊어져야하는 특별한 의무니까...

워낙 수업시간에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더니
그러려니, 하며 지나칠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내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마다 
그 가르침들이 생각났다.

최근에도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했을 때,
자연히 코넬에서 받은 수업이 떠오르게 되었는데
그 때 교수님들이 정확히 무슨 말씀을 하셨나 
강의 기록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I think that's what we're all searching for, a way to use our god given gifts and the enormous privilege that all of us have had as I have had as well sitting in the seat that you're in and getting a kind of education that few people in the world can even imagine having access to. 

You're here because of that. I think we all have a special obligation to use that knowledge. Not only to further our own economic interests, but to be able to bring down some of the walls that separate people and to be able to promote a kind of inclusive, just society that we can leave to our kids and fee like it's going to be a better experience for them than it was for us.
 
2007. 2. 5 - Ken Reardon 교수님 수업 중


그렇게 배우고도
내 스스로 깨닫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한 가르침인 만큼
마음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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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0 12:35
코넬을 떠나기 위해 짐을 정리하는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를 펼치자
다음과 같은 시가 나왔다.


이타카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의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페니키아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Ithaca When you set out on your journey to Ithaca, pray that the road is long, full of adventure, full of knowledge. The Lestrygonians and the Cyclops, the angry Poseidon-do not fear them: You will never find such as these on your path if your thoughts remain lofty, if a fine emotion touches your spirit and your body. The Lestrygonians and the Cyclops, the fierce Poseidon you will never encounter, if you do not carry them within your soul, if your heart does not set them up before you. Pray that the road is long. That the summer mornings are many, when, with such pleasure, with such joy you will enter ports seen for the first time: stop at Phoenician markets, and purcahse fine merchandise, mother-of-pearl and coral, amber and ebony, and sensual perfumes of all kinds, as many sensual perfumes as you can; visit many Egyptian cities, to learn and learn from scholars. Always keep Ithaca in your mind. To arrive there is your ultimate goal. But do not hurry the voyage at all. It is better to let it last for many years; and to anchor at the island when you are old, rich with all you have gained on the way, not expecting that Ithaca will offer you riches. Ithaca has given you the beautiful voyage. Without her you would never have set out on the road. She has nothing more to gi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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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 | 2008/12/10 21: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우와! 진짜 이런 시가 있어?
여기 이타카 말하는거는아니지 설마? ㅎㅎ 그래도 정말 신기하다..
그나저나 suitcase돌려줘야하는데.. 언제주지?
sunflowereyes | 2008/12/10 22:54 | PERMALINK | EDIT/DEL
영문판도 올렸어. ㅎㅎㅎ
그리고 가방은 오늘 가니까 오늘 주면 되겠지 ㅋ
Lynn | 2008/12/14 08: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형! 한국 잘 도착하셨어요?
선물 주고 가신거 너무 감사해요 잘쓸게요..
이번 학기 더 많은 시간 보내려고 했었는데
계속 못해서 다음학기에는 더 자주 뵈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한국 가신다는 소리 들어서 아쉬웠었어요..

한국시간으로 24일 도착해서 1월 16에 떠나는데
그 사이에 한국에서 만났으면 좋겠네요 지호도ㅋㅋ
sunflowereyes | 2008/12/14 10:14 | PERMALINK | EDIT/DEL
안가져가는 짐이라서 필요하면 쓰라고 한건데
그걸 선물이라고 하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ㅋㅋㅋㅋ
나중에 회사 한번 놀러오렴~!

PS. 블로그 안할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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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23:00

내가 코넬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나의 어드바이저인 Booth 교수님은 나를 만날 때마다 이런 얘기를 해주시곤 했다.

내가 Amherst 에 다니던 시절에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하버드 법대에 갔고
나중에는 정부 소속 변호사가 되기까지 했단다.

너도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다.

어쩌면 내가 코넬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선택해준 것은
교수님의 개인적인 경험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 분은 뵐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그 친구 얘기를 나에게 들려주시곤 했다.

내가 성적을 잘 받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고 믿어주신 건,
어쩌면 앞을 보지 못했던 친구의 성공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좌절까지 모두 지켜보셨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편 성적이 좋았을 때는 내게 직접 편지를 써서 축하해주시기까지 했다.

항상 옛 친구의 성취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셨지만
오늘 해주신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그 친구가 하버드 로스쿨에서 한학기를 남겨두고 있을 때였지.
다른 하버드 법대 졸업예정자들처럼 그도 뉴잉글랜드의 로펌들마다 지원을 했는데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단다.

그가 너무 좌절한 나머지 한학기를 남기고 중퇴를 고려하고 있었고
그걸 알게 된 나는 바로 하버드로 달려갔단다.

그리고는 그 친구를 데리고 정부 기관마다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는데
마침 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을 채용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일이 잘 풀려서 그는 정부 소속 변호사가 될 수 있었지.

내가 헤드플로 경영을 위해 학교를 떠난다고 말씀드렸을 때,
교수님은 내가 돌아오지 않게 될까봐 걱정하셨다.
전에도 결국 돌아오지 않은 다른 학생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오늘도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바로 저 자리에서 20년 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마.
그 때 석사 과정에 있던 학생이 한 명 있었단다.
그는 박사과정에 들어갈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나는 그에게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하라고 조언했었지.
왜냐면 박사과정이라는게 여간 많은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하는게 아니거든.
하나라도 제대로 마치는 게 좋겠다는 얘기였어.

그런데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석사도 마치지 못한채 박사과정으로 옮겼단다.
결국 중간에 그만두게 되어서 결국 석사 학위조차 받지 못하게 되었구나.
또, 수년 전에 학부과정에 있던 제자도 코넬을 잠시 떠나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매번 편지를 써보았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네가 이미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어떻게건 네가 학교에 돌아와 마치도록 하는 게 내 목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 미팅이었기 때문일까...
대화는 평소보다 길어졌다.
걱정하시는 교수님께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는 아마 칠십 노인이 될 때까지 5년에 한번씩은 학교에 갈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학교 졸업이 교육의 끝을 의미하는 시대는 끝났으니까요.

기업인이 되는 것은 제 인생의 일부일 뿐입니다.
제 삶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겠죠.

바로 망해서 6개월 후에 돌아오건, 
혹은 그 시기가 5년 후로 미루어지건
꼭 돌아올 거예요."

그렇다. 
꼭 돌아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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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wls | 2009/01/26 02: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빠 오랜만~~ 잘 지내고 있는지! 소예언니 통해서 소식은 조금 들었는데...
그 교수님 마음이 참 좋고 따뜻해서 눈팅만 하려다가.. 글 남기고 가. ㅋㅋ
어떻게든 오빠를 학교에 돌아와 마치도록 하는게 자신의 목표가 될 거라는 말도
자기가 친구를 적극 도운 일을 처음부터 내세우지 않았던 것도 참.. ㅋ

사업 번창하고, 학교도 꼭 마치고, 그 존경할만한 순수한 열정도 잃지 말길..ㅎㅎ 화이팅!!
sunflowereyes | 2009/02/12 15:08 | PERMALINK | EDIT/DEL
잘지내지?
통 연락을 못한 거 같은데
그럼 소예를 통해서 소식 좀 들어야겠구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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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9 16:53
수요일 저녁 6시경,
은지와 얘기하다가 갑자기 하버드나 놀러갔다올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금 놀러갈까, 하고 말을 꺼냈지만,
정말 갈 생각이 있었다기보단, 
어쩐지 농담으로 끝나더라고 그렇게 말을 해야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달까...

에이, 설마 정말 가기나 하겠어?
자동차로 6시간이나 걸리는 곳인데...
게다가 은지는 다음날 뉴욕에 갈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막상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친구는 없을 지도 모르는...

그래도 한번 생각해본 일이니까,
규영이에게, 역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지금 MIT 가지 않을래?"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잠시 생각하던 규영이가 대답했다.

"형, 8시간 걸려서 거기까지 가기보다, 차라리 형이랑 8시간 얘기하는건 어떤지..."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안가면 안가는거지, 8시간 무슨 얘길 하려나...
그냥 이타카에서 혼자 쉬어야겠다, 하고 단념하려는데 정확히 2분 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

"형 아직 MIT 가는거 유효한가요?"

출발했다.


은지와 둠밈이에게 간다는 얘기는 해두었지만,
막상 캠브리지에 도착하더라도 잠잘 곳이 있다거나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마침 자정까지 숙제를 제출해야했던 규영이는
차에서 마무리해야해서 조금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하쿠나 마타타...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 같았다.

결국 하버드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다음날엔 둠밈이와 약속을 잡게 되었는데
둠밈이는 원래 공부 때문에 바쁜 모양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정오쯤 되었을까...
기숙사에 돌아가자 은지는 친구 근영님과 뉴욕에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딱히 갈 곳이 있었던 곳도 아니라서 MIT에 함께 들렀다가 뉴욕에 가게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MIT에 가고 싶어했던 규영이는
MIT의 건물의 웅장한 돔이 보이는 순간부터 흥분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차를 세우고 학교에 들어서자 규영이의 눈빛이 변하고 있었다.
데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MIT에서 약 30분간 캠퍼스를 둘러보고 뉴욕으로 향했다.
세명 모두 피곤했던지 뉴욕까지 가는 내내 자고 있었다.
막상 뉴욕이 가까워지자 이대로 이타카까지 운전하기엔 
피로 누적 때문에 위험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고
딱히 갈 곳도, 머물 곳도 없었다.

그 때 누군가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Hasangahh Happy holiday^-^ everything going well with you? - 은아"

이 사람이 천사구나 싶었다.
은아누나였다.
완벽한 타이밍에 이 메시지를 받은 게 마치 기적같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질러버렸다.

안그래도 내가 뉴욕 떠나기 전에 한번 만났으면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타임스퀘어에 은지와 근영님을 내려드리고 
퀸즈의 은아누나집으로 향했다.

24시간 동안 3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12시간 넘게 운전했던지라
슬슬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었고 하마터라면 위험할뻔하기도 했지만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꼭 내 집처럼 편안했던 방에 앉아 몸을 침대 한편에 기대고 있자니
모든 게 감사하면서 너무 행복한 것이었다.

자정넘어 캠브리지에 도착하면서 시작된 Thanksgiving 새벽부터
갑자기 도착한 우리를 은지가 너무 잘 대해주었고
바쁜 와중에도 몇시간이나 할애해서 조언을 해준 둠밈이도 너무 고마웠다.
처음 뵈었던 은지 친구 근영님도 "어나라인" 답게 정말 좋은 분 같아서 반가웠고
뉴욕에서, 역시 갑작스럽게 만난 은아누나는 약속까지 취소해가면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Thanksgiving 이라는 Theme 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하루였달까...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맨손으로 떠난 여행에서 너무나도 많은 걸 받아서
내가 얼마나 복 받았는지 깨달았던 여행이었다.
감사가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것 같았다.

규영이는 이 여행을 "겸손" 이라는 단어로 표현했고, 
내게 이 여행은 "감사" 라는 단어로 남게 되었다.

2008년 11월 28일
생애 최고의 Thanksgiving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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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연 | 2008/12/01 19: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날 밤에 가방 하나 들고 나오는거 보고
아 어디 가는구나 생각했는데 ㅋㅋ 역시나..
sunflowereyes | 2008/12/01 21:40 | PERMALINK | EDIT/DEL
생각해보니 거의 빈 가방이었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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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5 14:25

지난 2006년 코넬에 합격한 이래,
이 학교가 왜 날 선택했는지 의문이었다.

나는 SAT나 GPA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게다가 원서 쓰던 당시,
잡지 디렉터로 일하느랴, 수업 진도 따라가느랴
바빠서 하루 만에 유펜, 스탠포드, 코넬 원서를 모두 써야했기 때문에
Revise는 커녕 내가 쓴 에세이를 읽어볼 시간도 없이 제출해야 했었다.
합격 후에 내가 쓴 원서를 보니 문법이나 철자가 엉망이었다.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기 위해 Prof. Booth 와 만난 자리에서,
왜 다른 뛰어난 학생들 대신 나를 선택했는지 물어보았다.

"I remember your application. It was clear you were motivated! 
It was clear you would probably make the most of this, and I think you have. 
I think that is probably why it happened! I think we were right."

또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 교수님이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시게 될 지 여쭤보았는데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거나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I don’t think you have to do anything. Our choice was right, I think. 
As I said, the real benefit of a good college education is we motivate a student to go on educating themselves when they leave. You don’t know the answer until years from now, but my guess is you have that motivation."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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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은지 | 2008/11/05 15: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sorry I missed the conversation on msn - I was talking to my mom :)
코넬에서의 3년 반을 보내고, 그리고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나는 시점에서,
3년전 오빠를 뽑은 사람한테 다시 찾아가봤다는건 참 좋은 일인것 같아. 나야 붙자마자 찾아갔었지만,
나도 4년뒤엔 다시 한번 찾아가서 저런 얘기 듣고 싶다. :)

그게 설령 운이였더라도, 코넬에서 오빠에게 본 '무언가'를 조금은 알것 같아.
어떻게 define 하는지는 모르겠고, 또 3년반 전의 오빠와 내가 최근에 알게된 오빠는 다르겠지만_.
'내가 잘하고 있지, 잘해왔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끔은 고개를 갸우뚱 할때가 있잖아. 그럴때 제 3자에게서 듣는 '나' 에 대한 이야기들은 참 refreshing 한듯.. !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는 방향이 어딨겠냐만은,
그래도 내가 아는 오빠는 참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옆에서 그래서 항상 배우고.!
요즘 시험기간이라서 (하긴 뭐 여긴 학기 내내 시험기간 인듯한 기분이 들지만..)
킬로만자로 얘기도 듣고 싶고 한데 여유가 없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서 아쉽지만ㅠㅠ
쨋든 아까 얘기듣고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여기 끄적임 :)
sunflowereyes | 2008/11/07 11:43 | PERMALINK | EDIT/DEL
킬리만자로 얘기는 여행기 쓸테니까 곧 읽어보면 되겠고 ㅋ
다른 얘기는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풀 날이 오겠지 ㅎㅎ
강화은지 | 2008/11/08 07: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nice talking to you yester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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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3 14:39
문득 깨달았다.
코넬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2009년 5월 24일에 졸업할 예정이고
오늘이 10월 3일이니
정확히 233일 남은 셈이다.

내가 무엇보다 좋아했던 학교인 만큼,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

방학 다 빼고나면 200일도 남지 않은 코넬 생활에서
꼭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실천해봐야겠다.

그 하나하나를,
마치 게임을 하듯 즐길 생각이다.

언젠가 되돌아보았을 때,
이 곳에서 참 행복했다는 걸 추억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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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8 14:34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모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코넬에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James Maas 교수를 떠올렸다.
그래서 오랜만에 이메일로 연락을 했더니
그는 코넬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답게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촬영을 할 경우 흔쾌히 수락하겠다고 답장을 보내줬다.

"Of course I'd be honored!"


Maas 교수와의 인연은
2년전, 어느 가을날 시작되었다.

이날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가르치는 1300명의 학생 중 한명일 뿐이었고
워낙 클래스 규모가 크다보니 교수님 얼굴도 제대로 한번 본 적 없었다.

그 가을 날 저녁에 썼던 글이다.





2006. 11. 28

아침부터 많이 피곤했던지라

첫 수업인 심리학 시간이 참 힘겨웠다.

그러잖아도 머리 아픈데 어둠 속에서 비춰지는

슬라이드의 환한 불빛때문에 더욱 어지러웠고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 때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들이

화면에 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만났던 그 장소들...

 

그 모든 추억들이 살아나면서

나는 잠시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어지러움도 잊은 채

스크린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Maas 교수는

내게 너무나도 값진 선물을 주었다.

 

Don McLean의 Vincent...

남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외롭게 달리던 나를 달래주던 그 노래...

 

5분가까이 고흐의 그림들과

이 노래를 감상하며 수업을 마쳤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엔딩이었다.

 

13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나는 Maas 교수에게 다가갔다.

 

"난 고흐를 참 좋아했지요.

 오늘 수업에 나왔던 그 그림들의 배경을 모두 찾아다니며

 같은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했답니다.

 빈센트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지요"

 

내 말을 듣고 놀라워하는 그에게

너무나도 멋진 수업을 선사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악수를 했다.

 

Baily Hall을 나오자 날씨도 따뜻하고 맑아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도 행복했다.

 

참 달콤한 하루였다.

바쁘기도 했지만... 초콜렛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하루...

가게에서 사온 초콜렛을 입에 넣은 채 드라이브했다.

기분이다 싶어서 돌아가는 길에 동양식품점에 들러

공부하고 있는 친구녀석 간식거리 좀 사갔더니

얼마 되지도 않는 과자가지고 감동받았다고 난리다.

아마도 초코파이 때문인 것 같다.

 

이타카가 따뜻하다.

올겨울은 눈보라가 치더라도 따뜻할 것 같다.















2006년 11월 29일 Psych 101 강의 중...

 

This class is full of incredible people. 

I mean you just continue to amaze me at what you do,

how you think, your backgrounds, et cetera. 

 

And after we talked about Van Gogh the other day

and showed some art work,

a gentleman came up, a student in the class and said,

prof, I spent last summer going around southern France

photographing what Van Gogh had painted and bless his heart.

He sent me some JPEG's in an email of what he did.

For example, that's the Van Gogh painting over there. 

Let me identify who this is. 

 

This is Hasang Cheon, and what he did is

he knew Van Gogh painted the courtyard at St. Remy

and then he photographed it from the same vantage point. 

And he did the same thing I talked about the iron bars

and the gates, and he did the very same thing over here.

So, HASANG, thank you so much.
And that will become part of psych 101

in the Van Gogh lecture next year. 

 

Appreciate it.

 

 

지난 수요일 수업 중,

Power Sleep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Maas 교수가

내가 찍은 사진들을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매년 수강하는 학생만 무려 1300명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업에서 나의 사진들이 사용되게 되었다.

 

수많은 영상과 이미지 중 달랑 몇장에 불과할 뿐이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라 내게는 참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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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삼촌(but미시간) | 2008/10/07 13: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awesome!! 잘지내지 궁금하네...그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지금은 칼라마주, 미시간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에서 공부하면서 지내고 있지...암튼 잘 지내는 것 같네...종종 들리도록 하겠음)
sunflowereyes | 2008/10/07 15:01 | PERMALINK | EDIT/DEL
와~! 칼라마주에 계시군요!!
전공이 도시계획이다보니까
예전에 칼라마주의 차량이 통제된
Street Mall 에 대해서 Case Study 한 적 있었는데 ㅋㅋㅋ
이제 미시간 삼촌으로 바꾸셔야될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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