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4 03:25
[여행이야기]
버스가 출발하고 창 밖에 보이던 지호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음이 아파왔다.
오죽하면 작년 산티아고의 길을 향해 출발할 때
이런 글까지 남겼을까...
"내가 간절히 바라는건,
부디 이 여행이 내 인생에서 혼자하는 마지막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외로운 여행을 통한 성장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 2007. 10. 4 목요일"
촉촉히 젖어가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모든게 당신의 뜻이라면,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버스는 오후 3시경 뉴욕 Port Authority 터미널에 도착했다.
짐을 챙겨들고 은아누나를 만나기로 한 Au Bon Pain에 가서
크로아상과 하얀 크림이 들어간 빵, 그리고 커피한잔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여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챙겨온 지라 문제될 리 없었다.
다만 휴대전화 없이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살짝 걱정되긴 했다.
이 건물 안에 같은 이름의 빵집이 두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또 이렇게 클래식하게 만날 일이 있겠는가...
"세시 반에 사과나무 앞에서 만나요" 이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나름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신선했다.
헤이즐넛 커피한잔과 함께 프랭크 화이트포드의 <에곤 실레>를 읽으면서
나는 에곤쉴레와의 만남이 킬리만자로와 함께 중요한 표시라는 걸 점점 믿게 되었다.
그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아가면서 내 자신에게 새로운 각도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가진 이중성을 더욱 깊게 파악하며
내가 경험한 다양한 일들에 대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에곤쉴레를 통한 새로운 발견에 놀라워하고 있는 사이에 반가운 사람이 도착했다.
정말 만났구나...
우리는 그러고보니까 1년에 한, 두번씩,
거의 목이 쉴 정도로 오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게 어느 덧 4년째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내가 사회로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나를 지켜봐왔던 것이다.
이번 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보고하자
그녀는 마치 내가 조용히 지냈을 리 없었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가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 한명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부터
내게 대인관계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주었을 뿐 아니라
연애 코치 중 한명이기도 했다.
그녀와의 대화는 항상 그랬듯 유쾌했다.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빨리 가버려서 급히 공항가는 택시에 올라야 했지만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참 편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