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27)
냅킨에 남기는 메모 (5)
코넬이야기 (7)
여행이야기 (4)
6,004 Visitors up to today!
Today 0 hit, Yesterday 8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인생'에 해당되는 글 2건
2008/12/02 23:00

내가 코넬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나의 어드바이저인 Booth 교수님은 나를 만날 때마다 이런 얘기를 해주시곤 했다.

내가 Amherst 에 다니던 시절에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하버드 법대에 갔고
나중에는 정부 소속 변호사가 되기까지 했단다.

너도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다.

어쩌면 내가 코넬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선택해준 것은
교수님의 개인적인 경험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 분은 뵐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그 친구 얘기를 나에게 들려주시곤 했다.

내가 성적을 잘 받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고 믿어주신 건,
어쩌면 앞을 보지 못했던 친구의 성공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좌절까지 모두 지켜보셨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편 성적이 좋았을 때는 내게 직접 편지를 써서 축하해주시기까지 했다.

항상 옛 친구의 성취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셨지만
오늘 해주신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그 친구가 하버드 로스쿨에서 한학기를 남겨두고 있을 때였지.
다른 하버드 법대 졸업예정자들처럼 그도 뉴잉글랜드의 로펌들마다 지원을 했는데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단다.

그가 너무 좌절한 나머지 한학기를 남기고 중퇴를 고려하고 있었고
그걸 알게 된 나는 바로 하버드로 달려갔단다.

그리고는 그 친구를 데리고 정부 기관마다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는데
마침 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을 채용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일이 잘 풀려서 그는 정부 소속 변호사가 될 수 있었지.

내가 헤드플로 경영을 위해 학교를 떠난다고 말씀드렸을 때,
교수님은 내가 돌아오지 않게 될까봐 걱정하셨다.
전에도 결국 돌아오지 않은 다른 학생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오늘도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바로 저 자리에서 20년 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마.
그 때 석사 과정에 있던 학생이 한 명 있었단다.
그는 박사과정에 들어갈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나는 그에게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하라고 조언했었지.
왜냐면 박사과정이라는게 여간 많은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하는게 아니거든.
하나라도 제대로 마치는 게 좋겠다는 얘기였어.

그런데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석사도 마치지 못한채 박사과정으로 옮겼단다.
결국 중간에 그만두게 되어서 결국 석사 학위조차 받지 못하게 되었구나.
또, 수년 전에 학부과정에 있던 제자도 코넬을 잠시 떠나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매번 편지를 써보았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네가 이미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어떻게건 네가 학교에 돌아와 마치도록 하는 게 내 목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 미팅이었기 때문일까...
대화는 평소보다 길어졌다.
걱정하시는 교수님께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는 아마 칠십 노인이 될 때까지 5년에 한번씩은 학교에 갈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학교 졸업이 교육의 끝을 의미하는 시대는 끝났으니까요.

기업인이 되는 것은 제 인생의 일부일 뿐입니다.
제 삶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겠죠.

바로 망해서 6개월 후에 돌아오건, 
혹은 그 시기가 5년 후로 미루어지건
꼭 돌아올 거예요."

그렇다. 
꼭 돌아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Trackback Address :: http://www.sunflowereyes.com/trackback/23 관련글 쓰기
guswls | 2009/01/26 02: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빠 오랜만~~ 잘 지내고 있는지! 소예언니 통해서 소식은 조금 들었는데...
그 교수님 마음이 참 좋고 따뜻해서 눈팅만 하려다가.. 글 남기고 가. ㅋㅋ
어떻게든 오빠를 학교에 돌아와 마치도록 하는게 자신의 목표가 될 거라는 말도
자기가 친구를 적극 도운 일을 처음부터 내세우지 않았던 것도 참.. ㅋ

사업 번창하고, 학교도 꼭 마치고, 그 존경할만한 순수한 열정도 잃지 말길..ㅎㅎ 화이팅!!
sunflowereyes | 2009/02/12 15:08 | PERMALINK | EDIT/DEL
잘지내지?
통 연락을 못한 거 같은데
그럼 소예를 통해서 소식 좀 들어야겠구나 ㅋ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2008/10/31 07:35

오늘 이메일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하상, 안녕? 잘지내니?
새로운 학교와 커뮤니티에서의 네 삶이 
오레건에 있을 때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구나.

마이코가 내게 페이스북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어.
그녀도 네게 인사 전해달라는구나

- 마지드"

세상에 마지드!!




그는 내가 오레건에 있던 시절,
Dusseau 교수님과 함께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멘토였다.

그 당시가 2005년 무렵...

그 때 나는 사회와 거의 격리되다시피 살다가 
세상으로 나온 지 몇개월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이기적인 건 말할 것도 없고 아예 배려라는 개념 자체도 없었다.

사람과 접촉하고 산 지 3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다른 사람 입장을 전혀 배려못하고 이기적인데
그 때 문제는 오죽 심했겠는가...
항상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다보니 하루하루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때마다 Magid 에게 고민을 털어놓곤 했었다.
그러면 그는 항상 현자와 같은 모습으로
내게 의미있는 조언을 해주곤 했다.
마치 <굿윌헌팅>의 숀 (로빈 윌리엄스)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역시 로빈 윌리엄스) 같은 존재였달까...

(아, 갑자기 두 영화가 너무 보고 싶다. 특히 굿윌헌팅!)

아래는 마지드와 식사하고 바로 다음날 썼던 글이다.



2006. 3. 5


어제는 오리건 대학 임시 부총장이자 Office of International Programs 의 디렉터인 Magid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의 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는 만약 자신이 나와 같은 상황에 직면해야 했더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더니

내게 베트남 승려의 이야기를 꺼내며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신문에 이렇게 적어주었다.

"Today is my life."

그러고는 내게 이렇게 애기하는 것이었다.

 

"너의 삶은 미래도 아니고 과거도 아니다. 바로 오늘이 네 삶이란다."

 

그 날, 처음으로 수업도 거의 빠져가면서 Magid와 대화를 했다.

예전부터 계속 여러가지로 조언해주던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도 문제가 쉽지는 않다는 걸 알고있는 모양이었다.

그 이후로 별 얘기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교실로 들어가는 마음이 가벼웠다.





마침 요즘,
마지드 같은 존재가 필요했는데
2년 반 만에 그가 연락했다.
항상 사람들에게 나를 "친구" 라고 소개하던 마지드...

요즘처럼 어려운 결정을 내린 순간,
그가 내게 해주었던 말들이 떠올라서
너무나도 큰 힘이 된다.


세상에 나온 이후로
내게는 고비마다 참 고마운 멘토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정신과 상담을 위해 만난 전문 카운셀러들은
내게 어떠한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
전혀 도움이 안되었을 뿐 아니라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다들 정신 분석은 할 줄 알지만
내가 정상적인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인생을 이끌어주는데에는 실패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드 같은 멘토들이 더욱 고맙다.

그가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나는 어제나 내일이 아닌,
내 인생, 즉 오늘을 살 것이다.

"Today is my life"

꿈 이야기|작성자 하상

ㄴㅇㅁㄹ

Trackback Address :: http://www.sunflowereyes.com/trackback/18 관련글 쓰기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prev"" #1 next